감사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.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 전부에서 비리와 규정 위반이 드러났고, 적발된 비리가1200여 건이라고 한다. 전현직 직원의 자녀가 21명이 합격했고, 이 중 12명은 부정하게 채용됐다. 전 사무총장 아들을 뽑으려고 없는 자리를 만들고, 면접관은 ‘아버지 동료’들로 구성했으며, 합격한 아들에게 규정도 없는 관사까지 제공해 줬다. 다른 전 총장의 딸은 면접위원에게 ‘빈 점수표’를 제출하게한뒤 점수를 조작했고, 전 사무차장의 딸도 채용 공고 없이 특정인의 지원만 받는 인사를 통해 원하는 자리를 얻었다고 한다. 감사원은 전직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전현직 49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.
보도된 기사를 읽으면서 어느나라 공무원들의 얘기인지 꿈 같은 얘기를 듣는 것만 같다.어이가 없는 일이다. 북한 독재 체제하에서나 아니면, 절대 왕정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. 어떻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건지 기가 막힌다. 필자도 평생을 공직자로 생활해 왔다. 그러기에 공직사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. 이러한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. 물론 공직사회에 비리가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. 그러나 이렇게 없는 자리를 만들어 세습시키고 규정에도 없는 관사를 만들어주고 면접관을 아버지의 친구들로 구성하고, 또 점수표를 공란으로 제출토록하여 점수를 조작했다고 하니 공직사회가 아니라 사기집단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. 무엇보다 ‘헌법상 독립기구’임을 내세워 설립후 6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았고, 비리의혹이 드러났는데도 자체 감사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고 하니 놀랍기만 한 일이다.그런데 이 문제는 구조상의 문제도 있다.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2항에 의거, 국회, 법원, 헌법재판소 및 선관위의 소속공무원의 인사관련 감사는 각기관에서 한다에 근거하여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있고,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 24조 3항에 따라 직무감찰에서 제외될 수 있는 공무원은 국회, 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으로만 규정되어있어 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서로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,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아무 잘못도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해, 결국 조직은 60년 동안 감사원 직무감찰 한번 안 받고 엄청난 부정 부패의 온상이 되고 만 것이다.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.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발 조치된 관련 공무원들의 사법처리는 면할 수 없다.그러나 구조상에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공무원은 공무원법상 지키지 않으면 안 될 의무와 책임이 있다. 그런데도 아직도 이렇게 정신 못차리고 있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. 바로 선거관리 임무를 공정하게 수행해야할 책임 있는 공무원들이다.감사는 처벌하기 위한 감사보다도 예방을 위한 감사가 더 중요하다. 그러므로 예측하지 못하고 예방하지 못한 잘못은 더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.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와 같이 부끄러운 일이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고, 구조상의 문제점도 조속 보완 조치해 나가야할 것이다.